2021년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가 1학년 중반이 되면서 가슴이 나오기 시작했다.
목욕을 시키고, 옷을 입히면서 가슴이 나오는 것을 보고 부랴부랴 나시티 형태의 속옷을 입히기 시작했고,
급하게 성조숙증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고, 조금 빠르다는 진단,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빠르게 진행되어가는 성장...
병원에서는 주사를 맞아야 할 수 있다고 했다.
겁먹어서 한약도 지어 먹이고, 음식도 가리고 운동도 시키고 정말 이것저것 다 하면서 성조숙증에 대해 검색도 많이 하고, 관련 책도 찾아서 읽었다.
책을 구매하고 그자리에서 완독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성조숙증 치료를 위해 노력했다.
어느날 우리 아이의 불편한 얼굴... 그리고 스트레스와 겁먹은 표정의 얼굴...
순간 '이게 맞는걸까?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생각해 보자...
우리아이의 성조숙증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거슬러 올라갔다.
우리 엄마 초등학교 5학년쯤 초경을 했다고 했다.
우리 언니 언니도 초등학교 5학년쯤 초경을 했다고 했다.
나 초등학교 4학년 2학기가 끝나는 무렵 초경을 했다.
결국 유전이다.
그럼 여기서 문제는 뭘까? 키가 문제인데...
우리 엄마 키가 148정도 우리 언니 158 정도, 나 159정도...우리 아빠 170
그럼 그냥 평균적으로 우리엄마와 아빠사이에 태어난 언니와 내 키는 약 159 딱 반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병원에서 말하는 키 말고.. 아주 단순하게...
나 159, 우리 남편 176 평균 167.5
엇... 나쁘지 않은데?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키가 문제일까? 정말 키가 문제라서 내가 성조숙증 주사를 맞추려고 했을까??
난 단순히 빠른 초경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게 싫었다. 내가 너무 힘들었으니깐..
근데 여자라면 어쩔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하는 거니깐..
그럼 좋은 경험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농축된 호르몬주사.. 엄청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다. 억지로 성장 속도를 늦추는 거라서....
아이가 먹고싶은거 못먹고 스트레스 받아가며 호르몬주사를 맞아야 할까?
아이와 상의했다. 어떻게 하고 싶으냐고....
아이는 정말 싫다고 했다. 자기가 운동 열심히 하고, 음식 잘 먹겠다고..
아이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성조숙증 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열심히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아이와 생활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1년이 훌쩍 지났다.
2021년 성장 기록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21년 8월 말 127정도 되던 키가 쑥쑥자라더니 지금은 144.5가 넘었다.
겨우 3학년인데 벌써 145cm 가까운 키에 아가씨 같아보이는 아이가 되었다.
아직도 내가 잘한 결정인지는 모르겠다.
가슴이 예전보다 조금더 봉긋하게 나왔고, 더욱 여성스러워졌다.
옆에서 가슴이 나왔네, 허리가 들어갔네... 이런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며 자기 아이와 비교를 한다.
그럼 난 아 괜찮아요 하고 그냥 흘려버린다.
내 아이 내가 잘 키우면 되는거고..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있으니깐 잘 클거라고 생각하니깐..
지금 내가 아이를 위해 열심히 신경쓰고 있는건 면역력과 체중 관리이다.
면역력을 위해 멀티비타민도 먹이고 아연도 먹여 봤는데 결국 아연을 먹이지 않고 멀티 비타민만 먹였을때 잔병치레가 더 많아서 다시 아연을 구입해서 먹이고 있다.
체중관리는 아이가 스스로 하고 있다. 배부르면 바로 식탁에서 수저를 내려 놓는다.
그덕에 키는 145지만 몸무게는 33~34kg 정도이고, 운동은 주에 2회 수영을 한다.
그리고 가끔 저녁에 손잡고 걸으며 아이와 수다를 떤다.
몸무게 증가, 그리고 성에 관련 컨텐츠 노출이 많을때 정신적으로 성숙이 되면서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져서 초경이 빨리 온다는 글을 어딘가에서 읽었다. 그래서 몸무게는 최대한 40kg를 넘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디어 컨텐츠는 항상 아이가 내게 와서 봐도 되는지 물어본다.
이상한 컨텐츠가 있으면 이상하다고 얘기하면서 서로 잘못된 부분 들에 대해서 대화로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확실히 아이가 커간다고 느낀건 성에 대한 질문이 어느순간 늘어났을때 이다.
질문에 대해 화내지 않는다. 아무리 이상한 질문을 해도..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해도 함께 얘기한다.
이건 잘못되었어. 이건 이런거야... 내가 말하기 힘들면 남편도 불러서 함께 이야기한다.
엄마 아빠니깐... 어떤 질문도 다 용서 되니깐 이상한거 찾지 말고 물어보라고 한다.
아이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이상한 상상을 한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저녁에 남편과 조심히 대화를 한다. 괜찮은걸까? 정말... 오빠도 그런생각했었어? 우리 아이 잘 크고 있는거겠지? 하면서 말이다..
어느날 학원을 데려다 주면서 우리 아이가 느닷없이 "엄마 난 엄마 딸이라 다행이야. 내가 이렇게 이상한 생각을 하고 질문을 해도 엄마는 다 이해해 주잖아. 너무 고마워" 라고 말했다.
아이가 커간다는 건 아이와 함께 나도 커가는거라 생각하고, 항상 아이에 입장에서 나 옛날엔 어땠지 하며, 아이와 생각하고 찾아보고, 질문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답해준다. 사실 내가 한 답들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이해해 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인식시켜주고, 커간다는 거에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였다.
정답은 없다. 그저 아이를 위한 나만의 방법일 뿐 그게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나의 방법일 뿐이다.
내가 틀리면 남편이 지적해주고, 남편이 틀리면 내가 지적해준다. 또한 내가 틀릴때 우리 아이도 날 지적해 준다.
항상 아이에게 말한다. 엄마도 배우는 거라고, 엄마도 잘 모르지만 열심히 공부하면서 배우면서 널 알려주는 거라고.
엄마가 틀리면 네가 알려주면 된다고 완벽한 사람은 없고 계속 공부하면서 배우는 거기 때문에 이상한 생각을 하던... 모르는게 있던 두려워하지 말라고....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 잘 알려준다면 아이는 잘 자랄수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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