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삶 속에서

사랑이라는걸 이제 알 것 같다.

by DA_DA 2023. 8. 10.

남편과 2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했다.
8년이라는 긴 연예기간 그리고 10년을 넘긴 결혼생활
연예를 하면서도 내가 이사람을 사랑하는게 맞을까 의심했다.
결혼을 하고도 내가 정말 이사람을 사랑해서 결혼한걸까 싶었다.
아이를 낳고도 왜? 이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걸까 의심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매일 경제적으로 걱정을하고 내가 일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무겁고 힘들었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키우지... 어떻게 돈벌어서 아이가 원하는걸 해줄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내가 너무 갑갑했다.

늦둥이 둘째를 낳고 ...
더욱 막막해졌다.
어떻게 ..  어떻게 하지. ..
그냥 다 잘되겠지 라는 주문을 외우기로 했다.

산후 우울증이 왔다.
작은일에도 내가 너무 불쌍했다.
산후조리원에 갈 돈이 아까워서 조리원에 안갔다.
그냥 첫째때 별루였다고... 첫째 케어해야한다는 핑계로 안갔다.
산후도우미를 부르라는 사람들... 내살림인데 너무 불편할것 같아서 싫었다.
엄마가 왔다.
뭐가 그리 자신없는지 매일 눈치만본다
결국 엄마는 뭔가를 할때 하나하나 다 물어본다.
그냥 내가 하는게 더 빠르고 편해서 내가 다 한다.
엄마한테 아기 좀 봐달라하면 조금있다 부른다. 아기 기저귀 갈아야한다고...
그럼 난 부랴부랴 가서 기저귀를 갈고 또 젖병을 닦고 살균하고 첫째 케어를한다.
둘째낳은지 일주일도 안되서 집안일하고 아이케어하고 하다보니 이주가 된 지금 손목에 통증이 오고 허리랑 훗배앓이가 심하다.
괜찮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지만 너무 힘들땐 눈물이 난다
특히 남편이랑 티격태격할때면 더더욱 눈물이 난다.

다른때와 똑같이 설겆이를 하고있었다.
퇴근후 돌아온남편
뒤로와 안아줬다. 순간 울컥했다.
아 내가 힘들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집안일 남겨두면 퇴근하고 자기가 하겠다고.. 말해주는 그 한마디에 위로가 된다.
"아니 움직여야 훗배앓이도 빨리 낫고 자궁도 빨리 자리 잡는대" 라고 말하며 그냥 난 내가 할일을 했다.

아파서 뒤뚱되고 배는 아직도 많이 나와있고...
축쳐진 배... 20cm가까운 수술자국...
내가 보기에도 정말징그러웠다.
그리고  한여름 땀도나고 모유가 흘러  옷에 냄새가 났다. 머리는 질끈 묶었지만 잔머리가 다 빠져나와서  산발인채로 아이를 안고 있는 정말 폐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화장을 할수도 머리를 풀러서 예쁘게 단장 할수도 없다. 이제 15일된 아이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칠까봐 더더욱 조심하게된다. 그러면 내가 엉망인채로 아이에게 온갖 신경을 쓰게된다.
이런 엉망인 모습인데도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수술자국에 연고를 발라주고 겔패치를 붙여주는 남편..
나도 보기 싫은 내 수술자국인데.. 한동안 수술자국에서 고약한 냄새도 났는데 ... 고마웠다.

새벽에 깨어 유축하고 ... 다시 잠들었다 깨서 분유 먹이고 택배온거 정리하고 젖병세척하고 자고있는 아이들옆에 앉았다.
몸은 힘들다. 여기저기 다 아푸다
근데 아직 견딜만하다. 날사랑해주는 남편이 있고 엄마밖에 모르는 내 아이들이 있으니까..

시간이 흘러 나도 나이를 먹고 언젠가 헤어짐을 준비할 날이 오겠지..
그때엔 내 아이들 옆에 든든한 배우자가 있고 아이가 있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다 보고..  그 이후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엔 남편이랑 같이 가고싶다.
혼자 가기엔 무서울거 같으니깐 나이가 많이 들어 떠날날이 오면 남편이랑 같이 손잡고 가고싶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이런생각을 하면 늦게 낳은 둘째에게 미안하다. 오래 같이 있어주지 못하니깐..
남편이랑 열심히 몸관리해서 90세 까지 살아야지 그래야 둘째가 결혼하고 아이낳고 아이돌봐주고 자리 잡는걸 도와줄수 있을테니깐

문득 생각했다. 나 사랑받고 있는거 같다고...
가슴두근거리고 그사람이 막 보고싶고 없으면 죽을거 같고 이런건 아니다.
그냥 잔잔하게 스며들어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 되어버린거...
그저 옆에서 소리치고 싸우다가도 티비보며 손잡을수 있는거...
아프면 그냥 묵묵히 옆에서 있어주는거...
사랑한다고 말하는거 자체가 어색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사랑인걸 아는거...
맛있는게 있으면 먼저 생각나고 내가 먹고싶은것보다 그사람이 먹고싶은걸 먹어야지 하는거....
연예인처럼 예쁘지도 멋있지도 않지만 내 눈에만 멋져보이는거 ..
그거면 됐다. 이빨에 낀 고추가루를 보며 이닦아 라고 말하고 ...
입술에 묻은 음식물 닦아주며 으이구 하며 타박하고...
그래도 내사람이다라는걸 느끼면서 함께 하는시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고...
이런 감정이 백발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했으면 좋겠다..



반응형

'내 삶 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산일기 #3 퇴원하는날  (0) 2023.08.29
출산 일기 #1 제왕절개 수술  (0) 2023.08.29
나는 우울증이 있다  (1) 2023.07.24
일을 해야하는가 하지말아야하는가  (0) 2022.05.13
내 나이 마흔..  (0) 2022.05.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