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제목이 "아홉살 사전" 이라는 책이다.
아무 생각없이 "너 이거 다 읽었어?, 학교 반납해야지 " 하고 건네 주다가 우연히 내용을 들여다 봤다.
책을 보다가 갑자기 아이마음을 이런식으로 적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타이틀을 적고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넌 언제가 감격스러웠어?" 라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걱정스러웠을때... 고마웠을때..... 하나 둘 적어보았다.
감격스러워
-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앵무새를 사줬다.
걱정스러워
- 아빠가 앵무새를 괴롭히고 있다
- 아빠가 앵무새를 입에다 넣어 괴롭혔다
- 엄마가 나에게 내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잔소리를 했다.
고마워
- 앵무새가 괴롭힘 당했는데도 잘 살아줘서 고마워
- 지율이가 나에게 늦었지만 생일선물을 줬다.
괜찮아
- 아빠랑 엄마가 내곁에 있어줘서 괜찮아.
- 친구들이 있어서 괜찮아
- 내곁에 사람들이 있어줘서 괜찮아
- 앵무새들이 건강해서 괜찮아
괴로워
- 엄마가 나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어
- 엄마가 술 마시고 나에게 술주정을 하고 있어
- 앵무새가 나를 물어
- 아빠랑 엄마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
궁금해
- 세상의 시작은 어딜까?
- 게임은 어떻게 만들까?
- 아빠는 왜 앵무새를 괴롭힐까?
-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 언어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 우주의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 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별 외에 또 있을까?
- 전자기기의 시작은 어디일까?
- 지구의 시작은 어디일까?
- 생명들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 부품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걸까?
- 바다의 생명체들은 왜 무섭게 생겼을까?(예: 심해어 등)
- 앵무새는 왜 아빠가 없을때만 알을 낳을까?
귀여워
- 앵무새가 귀여워
- 고양이가 귀여워
- 햄스터가 귀여워
- 강아지가 귀여워
그리워
- 학교에서 엄마가 보고 싶다
기쁘다
- 코로나19 확진으로 친구들을 보지 못하다가 만나서 기뻐
- 앵무새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것 같아서 기뻐
내용이 너무 많았는지 아이가 "엄마 나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어..." 라고 말했다.
"그래. 그럼 그만하자" 하고 내용을 다시한번 훑어 보았다.
괜히 아이에게 미안해 졌다.
술먹고 아이를 귀찮게 한것도 미안했고....
아이가 학교에서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는데....
일을 시작하고는 잠들어 있을떄 출근하고 아이가 잠들기 직전에 집에오는 나쁜 엄마가 되어있어서 미안했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정규직 채용이 있어서 이력서를 적어서 임시 저장해 두었다.
아이에게 물었다.
"아가 엄마 지금 일하는 곳에서 계속 일할까 하는데 해도 될까?"
"아니 싫어!"
생각하지도 않고 말하는 아이.....
아이는 참 단순한데... 그저 엄마가 자기 곁에 있어주면 그걸로 아이의 마음은 안정이 되는건데
난 그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아이에게 좀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데...
지금 엄마가 필요하지만 엄마가 필요한건 1~2년 정도 일텐데..
1~2년을 위해서 일을 그만두고 경단녀가 되어야 하는걸까? 아니면 지금 온 이 기회를 버리지 말고 잡아야 하는걸까?
머릿속은 복잡하다.
쉼없이 일하다 보니 사실 번아웃이 왔다.
일을 하고 있어도 하기 싫고... 일을 하는 내 자신이 싫어진다.
문뜩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어라 일해도 가진것 없고 그저 하루하루 돈 걱정을 하며 사는건 여전한데...
또 회사에 들어가면 마찬가지로 한달 벌어 한달 사는 식으로 전전 긍긍하며 살겠지 하는 생각...
행복할까?
후회 하지 않을까?
이게 맞는 걸까?
오늘도 아이와 돈과 나의 앞으로의 삶 그리고 나의 이력 나의 자존감 나의 꿈 많은 것들을 고민해 본다.
40이 되면 이런 고민은 없을 줄 알았는데....
평생 안고 가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은 더 단순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행복한가? (0) | 2022.04.14 |
---|---|
우리 아이가 만든 처음 요리 (0) | 2022.03.10 |
아이는 엄마가 필요한거 같다. (3) | 2021.09.14 |
아이간식 - 연근튀김 (0) | 2021.09.11 |
성조숙증 관련 - 비타민 D에 대하여 (0) | 2021.09.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