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바로 임신을 했다.
계획을 한건 아니였지만 갑자기 찾아온 아이소식에 어리둥절하고 갑갑하지만 왠지 모를 설레임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둘째 아이도 자연스럽게 잘 생길거라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 아이가 생기면 안될 것같아서 피임약도 1년 가까이 복용하면서 피임을 했다.
아이가 5살이 되었을 쯤 친구들이 동생이 있다는 얘기에 자기도 동생 갖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그래서 첫째 혼자는 나중에 외로우니까 라는 생각으로 남편과 상의하여 둘째를 준비했다.
첫째때 너무 잘 생겼고, 술담배 안하는 남편, 그리고 담배 안피는 나, 특별히 둘다 아픈곳도 없으니 우리는 계획하면 바로 아이가 생길거라 생각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아이 소식이 없었다.
남편과 상의하고 병원에 가봤다. 뭐가 문제인건지 알기 위해서..
문제는 나였다. 남편은 모두 정상이라고 했다. 정자 활동성도 정자 수도
하지만 나는 다낭성난소증후군 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생리가 불규칙적이였고, 아이 낳고 살도 많이 찌고, 뺐다가 다시 요요도 오고
이래저래 나에게 문제가 많았다.
결국 난임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난임 지원에 대해 알아보고 병원도 착실히 갔다.
하지만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시간을 내서 가는것도... 그리고 무의미하게 매번 질 초음파 검사하는것도 그리고 약먹는것도, 시간 맞춰서 부부관계를 해야하는 것도 너무 싫었다.
'내게 아이가 없는것도 아니고 아이가 있는데 궂이 둘째가 필요할까?'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나... 난임 치료 받는거 싫어 너무... 싫어.. 우리 아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거 안하면 안될까?"
"네가 싫으면 하지마... 우리 아이 하나로 잘 키우면 되잖아. 그리고 만약 자연스럽게 생기면 그때 낳지 모"
"응...."
난임 치료 포기....
2020년 11월 18일 난임 검사 => 난임 판정 => 난포 생성 촉진 약 복용 => 시술 포기(빠른 포기를 한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검사 결과지
- 나이 : 37.5세
- 남아있는 난자 수 : 23,000개
- 배란난자 중 건강한 난자 : 43%(약 9,890개)
- 월 평균 임신가능성 : 10%
둘째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니 마음이 편해 졌다. 하나 있는 내 아이만 잘 키우자. 내 모든것을 다해 잘 키우자 생각했다.
꾸준히 회사를 다니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계약직으로 21년 12월 말부터 22년 12월 말까지 약 1년정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급격하게 몸도 힘들어지고, 점점 입술도 파랗게 되고, 얼굴색도 변하고 건강에 이상이 생긴거 같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 돌봄을 핑계로 회사를 그만뒀다. 쉬고 싶었다.
23년 1월 2일 첫째아이의 생일 파티를 했다. 파티를 끝내고 쉬는 내내 이상한 기분에 임테기를 했다.

'뭐지? 나 임신 어렵다고 했는데.... 나 임신 안될거라고 했는데...'
너무 선명한 2줄.... 임신이 확실하다는 건데 얼마나 된거지? 생리주기 어플을 켜서 확인했다.
' 8주6일.... 임신한지 한참이 지났다. 나 술 많이 먹었는데... 나 약도 많이 먹었는데..... 어떻게 하지?'
"오빠 나 두줄이야, 병원가자"
역시나 오빠는 별 얘기 없었다. 같이 병원을 향했고, 임신이라고 했다. 아기 심장소리도 들었다.
첫째 아이와는 다른 기분....
아이 계획 없이 좀만 쉬다가 다시 일할 생각이였는데... 뭔가 꼬여버린것 같다.
돈벌어야 하는데... 그저 멘붕... 찾아온 아이에게 고맙지만 자금이 좋지 않은 이 현실에 어떻게 살지 막막했다.
그냥 살자 그냥 잘 되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지낸지 벌써 6개월이 지나 임신 8개월이 되었다. 정말 시간이 빠르다.
둘째 아이는 뱃속에서 엄청난 태동을 하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문뜩 이 둘째아이는 참 대단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월 평균 10%의 확률을 뚫고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43%의 건강한 아이로 잘 자라주고 있다.
이제 6%의 건강한 분만을 목표로 지내고 있다.
난임이 무조건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게 아닌 거라는걸 새삼 느꼈다.
내게 아이가 찾아온다는 것은 축복인 것이고, 그 축복이 찾아왔을때 그저 잘 받아 들이면 되는 거 같다.
40이 넘은 나이지만 어렵게 찾아온 아이를 받아들이고 키워 나가는 것이 사실 너무 두렵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몸이 젊고 튼튼한 것도 아니고 보이는 것은 주름과 저질 체력인데.. 잘 키울 수 있을까 겁이 난다. 그리고 다시 수술을 한다는 것도 겁이난다. 이렇게 겁이나고 무서운 마음을 난 숨기지 않는다. 겁이난다고 .. 키울 자신없다고 하지만 첫째아이와 남편은 도와준다고 힘내보자고 내게 힘을 준다.
오늘도 힘내보자. 그럼 잘 되겠지 하고 나를 다시 한 번 토닥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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